선문대 기계ICT융합공학부 “교수님들과 밤샘 소통이…” 취업률 100%가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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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기계ICT융합공학부는 올해 출범한 신설학부다. 기계공학전공, 정보디스플레이전공, 정보통신공학전공으로 구성됐다. 학부의 입학정원은 219명으로 선문대 입학정원인 2102명의 10%가 넘는다. 한 학부가 입학정원의 10%가 넘는 사례는 한국 대학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조동헌 교수(입학사정관실장)의 “기계ICT융합공학부가 잘돼야 선문대가 잘된다”는 말 속에 학부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학부로 통합하기 전 세 개의 학과들은 나름대로 잘나가고 있었다. 같은 계열에서 정보디스플레이 학과의 취업률은 전국 2위. 정보통신공학과는 전국 10위, 기계공학과는 전국 27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학과를 묶은 것은 “지역의 수요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트렌드에 맞춰 지역 성장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김호섭 교수는 설명했다.
학부는 작년 충청과 경기권의 127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동차와 디스플레이산업의 제조공정 특성화 인력요구’ 조사를 벌였다. 어떤 인재를 원하느냐는 것을 묻는 일종의 수요조사였다. 그 결과 68.5%의 기업들이 융합교육의 필요성에 긍정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은 한 분야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요구 때문에 학과 통합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문대가 자리한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인근에는 아산 현대자동차, 탕정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들이 밀집돼 있다. 충청남도가 발표한 ‘2015 충남지역산업진흥계획’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기업들은 4만6300명 고용과 매출 28조,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2만9000명 고용과 매출 28조3000억, 인쇄전자(반도체포함) 기업들은 1만9000명 고용과 매출 1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부의 발전전략은 작년에 ‘ICT융합 인포메카트로닉스 인력양성사업단’을 구성하면서 구체화됐다. 사업단은 2014년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CK-1)에 선정됐다. 현장밀착형 교육을 통해 별도의 실무교육 없이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학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특성화 자금 13억5000만 원씩을 실험실습실 마련과 실습장비 구입,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성화 교육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정신, 즉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학년과 저학년 간의 멘토-멘티 제도, 학년별 스터디 소그룹, 교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실력이 모자란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며 “질 높은 교육을 하는데 돈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커리큘럼의 골간은 ‘장영실형 인재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공생하는 현장밀착형 교육이다. 기초교육과 실무교육을 융합해 4년간 10학기 동안 진행한다. 교과목 안에는 지역기업의 니즈를 수용해 대부분 실험 실습으로 진행하는 선문직무능력표준(Sunmoon Competency Standard)과목들도 들어있다. 이런 과목이 전공의 30%에 달한다.

학부의 실험실습환경은 국내 최고수준. 20여 개의 실험실에 있는 장비값만 130억 원이 넘는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차세대디스플레이 기술평가센터, 디스플레이 평가실습실 등이 정보디스플레이 전공 트랙이 주로 사용하는 실험실이다. 차세대디스플레이 기술평가센터에 있는 전자현미경은 5억 원짜리로 근처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제품 검사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학부연구생으로 근무 중인 박상우 씨(3학년)는 “반도체소재 분석장비가 세트로 갖춰져 있다. 학부생이 이런 실습환경에서 교수님을 도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며 “반도체 검사 사업 쪽으로 진출하고 싶은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실험실습 장비를 통한 수업은 취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04학번 졸업생으로 2007년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벤더회사인 타임DNC에 입사한 김원모 씨는 “오실로스코프, 다이오드, 릴레이 등 회사에서 사용 중인 장비를 학교에서 다뤄봤던 게 80 대 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며 “입사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혼자 업무를 수행했을 정도로 학교는 기업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선문대 기계ICT융합학부 교수가 최고’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교수들의 실력도 출중하다. 김호섭 교수는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2006년 등재됐는데 마이크로컬럼(초소형 전자빔 컬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미국 IBM 왓슨연구소 시절부터 첨단 전자빔기술인 마이크로컬럼 연구에 매진해왔다. 1999년 교수로 임용된 이후 초소형 전자현미경 관련 논문 80여 편과 100여 개의 특허도 냈다. 42명의 교수들 대부분은 삼성과 ETRI 등 기업과 연구소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산학 연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국원 교수는 “교수들은 밤샘 연구를 밥 먹듯 한다”며 “매일 10개 실험실에서 교수들이 밤샘 연구를 하고 100여 명의 학생들도 연구에 참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제동행 연구가 이뤄진다”고 귀띔한다. 이현진 씨(4학년)는 “교수님들이 밤샘 연구를 하다가 실험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해 주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라며 “교수님들과의 ‘밤샘 연구소통’이 우리 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교수와 뛰어난 실험실습 환경은 산학협력사업을 유치하는 데도 큰 무기다. 2014년 산학협력의 규모는 155억 원으로 선문대 전체 산학협력의 80%를 차지한다. 김재원 교수(기계공학전공)는 “충남지역 자동차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을 도와주고 있다. ‘조이테크’의 신형 스포티지R의 브레이크 오일 저장기 샘플을 제작하는데 도움을 줘 4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며 “이를 포함해 학부가 작년에 벌어들인 기술이전료만 2억9000만 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시장은 실력파 교수 밑에서 풍부한 실습으로 단련된 졸업생들을 높게 평가한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제조 회사인 세텍(CETEK)의 임은채 사장은 “우리 회사에 들어온 선문대 출신 사원들은 공학에 대한 모든 분야의 기초가 탄탄하다.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잘 시킨 것 같다”며 “성실하고 전향적인데다 인성교육까지 잘 받아 선문대 출신들을 더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는 1235개의 가족기업 중 현장실습, 기술이전 등 산학협력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과 ‘공생기업’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 이 수를 더 늘릴 예정인데 이는 취업률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4년 기계공학, 정보디스플레이, 정보통신학과의 평균 취업률은 81.8%로 높지만 김호섭 교수는 “융합교육이 효과를 내면 몇 년 뒤 우리학부 졸업생들의 실질취업률은 거의 100%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학부의 2014년 장학금 수혜율은 44.8%이고 1인당 장학금 평균은 330만 원. 학부는 올해 2억 원을 투입해 수혜율과 평균액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중에는 학과의 어떤 행사라도 참여하면 마일리지를 주고, 적립된 마일리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특성화사업참여장학금’도 포함돼 있다.

교수들은 ‘스스로 탐구하는 학생’을 원한다. 2015학년도 입학정원은 219명으로 수시에서 152명(69.4%), 정시에서 67명(29.6%)을 뽑았다. 2016학년도도 같다. 수능 최저기준은 없다. 수시 합격자 학생부교과 성적은 평균 4.03등급이었고 정시의 수능은 평균 4등급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서류 60%, 면접 40%로 12명을 선발했다. 학생부교과 성적이 낮았으나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통해 합격한 학생도 6명(50%)이나 될 정도로 서류와 면접 준비도 중요하다.

아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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