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평가·프라임사업으로 5월 분수령…역할분담론 수면 위로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중앙대와 건국대 등 일부 대학들이 학사구조개편과 관련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대학들이 물밑에서 구조조정을 논의 중이다. 이달 말부터 대학구조개혁 평가, 5월 초 학사구조개편과 정원조정을 유도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 일명 프라임(PRIME)사업의 기본계획이 발표되면 이들 대학의 구조개편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전망이다.

대학가의 시선은 프라임(PRIME)사업에 온통 쏠리고 있다.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의 산업수요에 따라 학문단위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을 권역별로 지정해 3년간 7500억 원, 1개 대학 당 최대 280억 원까지 투입하는 사업이다. 지역・산업별 인력 부족이나 과잉 공급을 진단하고, 대학의 학과통폐합이나 정원조정을 유도해 인력 공급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른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비해 거액의 예산이 할당되는 만큼 대학들의 관심은 물론 눈치경쟁도 치열하다. 구조개혁법이 통과할 경우 어차피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을 줄이거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재정지원을 받아가면서 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대학가에 서있다. 최종 발표는 내년 2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각 대학 보직교수들은 학사개편 방안을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구조개혁 평가 자체보고서 접수와 동시에 프라임사업에 신청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직 기본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특성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거나 경쟁력이 높은 공학계열을 제외한 학문단위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모 사립대 보직교수 역시 “프라임사업에 우선 선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며 “이왕 구조조정 할 거라면 재정지원을 받는 쪽이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라임사업의 주요 타깃인 중·대형 종합대학들의 도미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특히 인문학과 기초학문, 예술계열, 사범계열의 통폐합 또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중장기 인력수급에서 공학계열은 부족하고 인문사회계열과 예술계열은 초과공급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후에는 이들 학과가 자취조차 찾기 힘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교육부와 대학가에서는 ‘역할분담론’이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공립대와 특수목적대학 등 특성에 따라 인재양성 역할을 나누는 이른바 대학가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립대는 산업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학사구조를 개편하도록 하고, 국공립대는 인문학과 기초학문에 집중하는 방안이 주로 오르내리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지난달 26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국립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인문학과 기초학문에 대한 기반투자를 통해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31일 본지가 주최한 황 부총리 초청 전국대학총장간담회 자리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국립대의 책임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한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인문학진흥종합방안을 통해 인문학 고사를 막을 수 있다며 자신하고 있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인문계열 단위 보호·육성까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예체능대학이나 이미 특화된 대학 위주로 개편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학생 대다수가 예체능계열인 대학은 심의를 통해 제외되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김기섭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부산대 총장)은 “구체적인 육성 방안과 제도·재정적 지원책 없이 국공립대가 기초학문에 더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거점국립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학문 후속세대 양성 기능을, 지역중심국립대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중심대학으로서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재정으로 뒷받침 할 수 있도록 국총협 차원에서도 실천적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예술계열 역시 같은 맥락의 비전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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