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시간 고교 때의 절반… 대학 교육까지 ‘황폐화’

곽희양 기자

성적 높을수록 감소폭 커져 상위권 ‘안주’ 하위 ‘열패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학벌 사회가 대학교육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학생이 된 후 학습시간은 고교 시절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하위권 대학 학생은 열패감에 사로잡혀, 상위권 대학 학생은 대학 평판에 안주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가능성이 지목됐다. 대학 입학에만 학생들의 관심과 교육의 초점이 집중된 결과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2008~2011년) 결과를 토대로 대학 1학년과 고교 1학년의 자습시간을 비교한 결과,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때 자습시간의 절반가량만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벌 사회’ KDI 보고서 분석]학습시간 고교 때의 절반… 대학 교육까지 ‘황폐화’

고교 1학년 시기의 국어·영어·수학 평균 자습시간(수업시간·사교육 시간 제외)은 평균 10.28시간인 데 반해 대학 1학년 시기의 자습시간(강의수강 시간 제외)은 고교 시기의 52.5% 수준인 5.4시간에 그쳤다. 보고서는 “고교 1학년에 사교육 시간과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의 자습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대학 1학년 때는 고교 1학년 때 기울이던 노력의 절반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대학시기로 넘어오면서 학습시간의 하락폭이 컸다. 수능 상위 10% 내에 있는 학생은 고교 1학년 때 주당 14.58시간 자습했지만, 대학 1학년 때는 7.13시간에 그쳤다. 무려 7.45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수능 상위 11~20%의 학생도 고교 때보다 자습시간이 7시간 줄었다.

이 같은 상위권 학생의 감소폭은 하위 81~90% 수준 학생이 고교 1학년 때 7.91시간 자습하다 대학에 들어와서 4.04시간만 자습한 것(3.87시간 감소)이나, 하위 91~100% 학생의 공부시간이 2.92시간 줄어든 것보다 컸다. 보고서는 “대학이 고교 때 경쟁적이고 학습의욕이 충만했던 학생들에게 공부할 유인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학벌 사회’ KDI 보고서 분석]학습시간 고교 때의 절반… 대학 교육까지 ‘황폐화’

전반적으로 하위권 대학 학생일수록 공부를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언어, 수리, 외국어 성적이 하위 91~100%인 학생 중 주당 2시간 이하로 공부하는 학생은 51.7%, 81~90% 성적의 학생은 50.4%로 나타났다. 이는 수능성적 61~70% 학생 중 주당 2시간 이하로 공부하는 학생이 26.1%, 수능성적 상위 11~20% 중 주당 2시간 이하로 공부하는 학생이 27.1%인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하위권 학생일수록 공부를 적게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위권 대학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 공부를 하지 않는 경향을 반복하거나, 학벌에 의한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열패감에 사로잡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상위 대학 학생들 역시 상대적으로 공부를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성적 상위 3%의 학생 중 주당 6시간 이상 공부하는 비율은 43.2%로 성적 상위 10%의 학생(45%)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이를 “대학 ‘평판’을 취득한 학생들이 서열에 안주한 것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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