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알아보지도 않는 대학 졸업자 300만명 넘어서

기사승인 2014-02-03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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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노동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률이 제자리였던 가장 큰 이유는 청년 고용률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307만8000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298만3000명)보다 9만5000명(3.2%) 늘어난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을 하지도, 직장을 구하지도 않은 사람을 말한다. 가사·육아 종사자와 학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다. 특히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542만4000명에 달했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와 ‘청년백수’의 증가는 대학진학률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다. 1990년대 초반 대학진학률은 30%대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83.3%까지 치솟았다.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취업을 미루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고용률이 정체된 원인으로 꼽힌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우리 경제가 외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2년(60.0%)과 2012년(59.4%) 고용률을 비교한 결과 고용률 하락의 원인은 청년 고용률 하락에 있었다. 청년 고용률에 변화가 없었다면 경제성장에 따라 30세 이상 상승분인 3.12% 포인트만큼 고용률이 상승했어야 하지만 같은기간 청년 고용률이 3.74% 포인트 하락하면서 전체 고용률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 일자리로 옮아갈 수 있는 ‘사다리’가 사라진 것도 문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이나 중년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청년층은 그렇지 않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시장이 명확히 구분돼있는 현재의 이중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청년들이 취업을 미루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기사모아보기